요즈음과 나..
삶.
이란 명제는 내게 여러 의미로 풀어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니 적어도 근래까지는
분명.. 밝은 빛이었다.
삶은 아름다운거라고도 주저 없이 말하곤 했다.
희미한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하며 시골에서 자랐고,
옹색한 살림살이를 꾸려가시느라 고생하시는 부모님의 어려움도 가까이에서 보며 자랐다.
그리고,
어찌어찌하여 미국에 오게 되었고
어찌어찌 하다보니 2020년, 인생의 후반기를 살고 있다.
24살에 미국으로 건너와서,
누구나 그렇듯이 열심히 살았고
반듯한 배우자를 만났고, 반듯한 두 아이를 얻었고, 큰 풍파 없이 비교적 단란한 삶을 꾸려왔다.
미국에 온 후엔
남편이 살던 캘리포니아에서 거의 대부분을 살다가
또 어찌어찌하여 이곳 애틀랜타로 이사를 왔는데
밋밋한 캘리포니아에 비교하면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을 가까이할 수 있는 이곳으로 이사 온 것에 만족했다.
해가 지고 나면 동네의 풀숲은 반딧불들의 놀이터가 된다.
오스트렐리언 골퍼 그랙 놀만이 디자인한 유명한 PGA Golf Country Club 이 있는 단지 내에 살고 있어
뒷마당 덱으로 나가면 시원하게 초록빛을 머금은 골프코스의 9번 페어웨이가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아름드리 곳곳에 위치해 있는 나무들이며 숲이며 꽃무리들에
눈이 가는 곳마다 사계절 내내 한 폭의 그림이 된다.
특별하게 은퇴 후의 재정을 계획하거나 관리하지도 않았는데,
어찌어찌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우리 인컴은 젊은 시절, 그 어느 때 보다도 탄탄하단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에도 난 요즘, 감사기도가 나오지 않는다.
때로 의식적으로 읊조려보지만,
입술로만 중얼거릴 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감사가 아니다.
삶이란 화두가
더 이상 밝은 색, 무지개 빛깔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일까?
과연 그것 만일까?